분류 전체보기56 용정 교실에서 시작된 이야기, 평생 대화에 매달린 강원용 매일 오후, 오늘 날짜에 얽힌 옛날 이야기 하나를 꺼내 봅니다. 오늘은 7월 3일, 시끄러운 세상 한복판에서 평생 '가운데'에 서 있으려 했던 한 사람의 이야기예요.얼마 전 오랜만에 온 식구가 한 상에 둘러앉았는데, 이야기가 하필 요즘 세상 돌아가는 쪽으로 흘렀어요. 큰애랑 작은애 생각이 어찌나 다르던지, 밥 먹다 말고 언성이 조금 높아지더라고요. 저는 중간에서 이 편도 저 편도 못 들고 국그릇만 만지작거렸습니다. 그날 밤, 다들 방으로 들어간 뒤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서로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한 자리에 앉혀 놓고, 그래도 대화를 이어가게 만드는 일'. 그거야말로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일이 아닐까 하고요. 그러다 떠오른 사람이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입니다.[함경도 바닷가 소년, 북간도 교실에 .. 2026. 7. 4. 2년 5개월 만에 서울과 부산을 하루 생활권으로 — 경부고속도로 이야기 오늘은 며칠 뒤면 돌아오는 7월 7일, 그러니까 경부고속도로가 완전히 개통된 날을 조금 미리 꺼내 봅니다. 요즘은 서울에서 부산까지 차로 내려가는 게 너무 당연한 일이라, 이 길이 없던 시절이 있었다는 걸 상상하기가 오히려 어렵죠. 그런데 이 길이 뚫린 지가 이제 겨우 반백 년 남짓입니다.[서울에서 부산까지, 하루가 꼬박 걸리던 시절]지금은 서울에서 부산이 반나절 거리지만, 1960년대만 해도 두 도시를 오가는 건 하루를 통째로 쓰는 큰일이었어요. 비포장 국도를 덜컹거리며 몇 번을 쉬어 가야 했고, 짐을 실은 트럭은 더 오래 걸렸습니다. 물건이 제때 오가지 못하니 장사도, 공장도 속이 탔죠.저희 어머니가 늘 하시던 이야기가 있어요. 젊은 시절 친정 나들이 한 번 가려면 새벽같이 나서서 온종일 버스에 시달.. 2026. 7. 3. 290명이 탄 비행기가 7분 만에 사라진 날 — 1988년, 여름 바다 위 이야기 매일 아침, 오늘 날짜에 얽힌 옛날 이야기 하나를 꺼내 봅니다. 오늘은 7월 3일, 여름 바다 위에서 벌어진 아주 안타까운 오해에 대한 이야기예요.솔직히 저는 비행기를 별로 안 좋아해요. 우리 막내가 유학 간다고 인천공항에서 손 흔들며 배웅할 때도, 겉으론 웃었지만 속으로는 '저 큰 쇳덩이가 어떻게 하늘에 떠 있지' 하는 오래된 걱정이 스멀스멀 올라오더라고요. 그날 밤 집에 와서 습관처럼 비행기 사고 다큐를 틀었는데, 화면에 딱 오늘 이야기할 그 사건이 나오는 거예요. 날짜를 보니 하필 7월 3일. 달력을 보다가 손이 멈췄습니다.[여름 바다 위, 딱 7분 사이에 벌어진 일]1988년 7월 3일 아침, 큰 여객기 한 대가 이란을 떠나 두바이로 향했어요. 이란항공 655편, 타고 있던 사람은 승객과 승무원 .. 2026. 7. 3. 촉나라의 멸망을 막으려다 스러진 '제갈량'의 고독한 리더십과 건강 잔혹사 (번아웃 증후군의 역사적 경고) 지난 1화에서 전해드린 삼국지 최후의 승자, '사마의'의 인내심과 타이밍 이야기 기억하시나요? 고평릉 사변을 통해 70세에 천하를 손에 쥔 사마의의 이야기가 끝난 뒤, 거실에서 함께 화면을 보시던 아버지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찻잔을 만지작거리셨습니다. 그리고 조용히 한마디를 덧붙이셨죠. "이성적으로 보면 끝까지 살아남아 승리한 사마의가 대단하지만, 가슴으로 보면 언제나 내 눈물샘을 자극하는 건 제갈량(諸葛亮)이란다. 그 고독한 어깨 위에 나라의 운명을 홀로 짊어지고 사막 같은 최전선에서 피를 토하며 쓰러져 가던 뒷모습이... 참 남 일 같지가 않아서 말이다." 젊은 시절에는 제갈량의 화려한 적벽대전 동남풍이나 신산귀모(神算鬼謀) 같은 천재적인 지략에 환호합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고, 한 조직의 리더가 되.. 2026. 6. 22. 70세에 천하를 거머쥔 '사마의'의 무서운 인내심과 타이밍 최근 저희 집 거실의 유튜브 알고리즘에 새로운 변화가 생겼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중동 건설 붐이나 포항제철 같은 현대사 다큐멘터리를 즐겨 보시던 아버지가, 최근에는 삼국지 관련 영상에 완전히 몰입해 계시더라고요.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주인공이 우리가 흔히 아는 유비나 조조, 혹은 천재 지략가 제갈량이 아니었다는 사실입니다. 화면 속 주인공은 다름 아닌 삼국지의 최후 승자, '사마의(司馬懿)'였습니다. 아버지는 사마의가 조쌍을 속이기 위해 노망난 노인 연기를 하며 침을 흘리는 장면을 보시더니, 무릎을 탁 치시며 감탄하셨습니다."얘들아, 젊을 때는 제갈량의 화려한 신산귀모(神算鬼謀)가 멋져 보이지만, 나이가 들고 세상 풍파를 다 겪고 나면 결국 사마의의 저 무서운 인내심과 타이밍이 진짜 무서운 무기라는.. 2026. 6. 22. 철강도 기술도 없던 나라가 세계를 놀라게 한 포항제철 건립 비화 (우향우 정신과 폭파 전설) 지난 1화에서 전해드린 중동 사막의 '지프차 정신' 이야기, 다들 가슴 뜨겁게 읽으셨나요? 사막의 모래바람 속에서 외화를 벌어오던 그 시절, 대한민국 땅 한편에서는 또 하나의 말도 안 되는 무모한 도전이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바로 경상북도 포항의 황량한 모래벌판 위에 웅장한 현대식 제철소를 짓는 일이었습니다. 며칠 전 저희 오남매가 은퇴하신 아버지와 함께 거실에 모여 다큐멘터리를 보다가, 화면에 붉은 쇳물이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장면이 나왔습니다. 아버지는 그 장면을 보시더니 조용히 잔을 내려놓으시며 묵직한 목소리로 말씀하셨습니다."저 쇳물이 그냥 나온 게 아니란다. 저건 돈도 없고, 기술도 없고, 심지어 전 세계가 '너희는 절대로 못 한다'고 조롱할 때 목숨을 바쳐 짜낸 우리 조상들의 피와 땀이.. 2026. 6. 21. 이전 1 2 3 4 5 6 7 8 ··· 1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