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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현대사25

2년 5개월 만에 서울과 부산을 하루 생활권으로 — 경부고속도로 이야기 오늘은 며칠 뒤면 돌아오는 7월 7일, 그러니까 경부고속도로가 완전히 개통된 날을 조금 미리 꺼내 봅니다. 요즘은 서울에서 부산까지 차로 내려가는 게 너무 당연한 일이라, 이 길이 없던 시절이 있었다는 걸 상상하기가 오히려 어렵죠. 그런데 이 길이 뚫린 지가 이제 겨우 반백 년 남짓입니다.[서울에서 부산까지, 하루가 꼬박 걸리던 시절]지금은 서울에서 부산이 반나절 거리지만, 1960년대만 해도 두 도시를 오가는 건 하루를 통째로 쓰는 큰일이었어요. 비포장 국도를 덜컹거리며 몇 번을 쉬어 가야 했고, 짐을 실은 트럭은 더 오래 걸렸습니다. 물건이 제때 오가지 못하니 장사도, 공장도 속이 탔죠.저희 어머니가 늘 하시던 이야기가 있어요. 젊은 시절 친정 나들이 한 번 가려면 새벽같이 나서서 온종일 버스에 시달.. 2026. 7. 3.
290명이 탄 비행기가 7분 만에 사라진 날 — 1988년, 여름 바다 위 이야기 매일 아침, 오늘 날짜에 얽힌 옛날 이야기 하나를 꺼내 봅니다. 오늘은 7월 3일, 여름 바다 위에서 벌어진 아주 안타까운 오해에 대한 이야기예요.솔직히 저는 비행기를 별로 안 좋아해요. 우리 막내가 유학 간다고 인천공항에서 손 흔들며 배웅할 때도, 겉으론 웃었지만 속으로는 '저 큰 쇳덩이가 어떻게 하늘에 떠 있지' 하는 오래된 걱정이 스멀스멀 올라오더라고요. 그날 밤 집에 와서 습관처럼 비행기 사고 다큐를 틀었는데, 화면에 딱 오늘 이야기할 그 사건이 나오는 거예요. 날짜를 보니 하필 7월 3일. 달력을 보다가 손이 멈췄습니다.[여름 바다 위, 딱 7분 사이에 벌어진 일]1988년 7월 3일 아침, 큰 여객기 한 대가 이란을 떠나 두바이로 향했어요. 이란항공 655편, 타고 있던 사람은 승객과 승무원 .. 2026. 7. 3.
철강도 기술도 없던 나라가 세계를 놀라게 한 포항제철 건립 비화 (우향우 정신과 폭파 전설) 지난 1화에서 전해드린 중동 사막의 '지프차 정신' 이야기, 다들 가슴 뜨겁게 읽으셨나요? 사막의 모래바람 속에서 외화를 벌어오던 그 시절, 대한민국 땅 한편에서는 또 하나의 말도 안 되는 무모한 도전이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바로 경상북도 포항의 황량한 모래벌판 위에 웅장한 현대식 제철소를 짓는 일이었습니다. 며칠 전 저희 오남매가 은퇴하신 아버지와 함께 거실에 모여 다큐멘터리를 보다가, 화면에 붉은 쇳물이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장면이 나왔습니다. 아버지는 그 장면을 보시더니 조용히 잔을 내려놓으시며 묵직한 목소리로 말씀하셨습니다."저 쇳물이 그냥 나온 게 아니란다. 저건 돈도 없고, 기술도 없고, 심지어 전 세계가 '너희는 절대로 못 한다'고 조롱할 때 목숨을 바쳐 짜낸 우리 조상들의 피와 땀이.. 2026. 6. 21.
모래바람과 바꾼 기적, 70년대 중동 건설 붐과 '지프차' 정신의 비밀 얼마 전 저희 오남매가 오랜만에 본가에 모여 대청소를 하던 중, 안방 장롱 깊숙한 서랍에서 빛바랜 물건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겉면에는 아랍어가 어렴풋이 적혀 있고, 군데군데 칠이 벗겨진 낡은 보습함이었습니다. 아버지는 그 물건을 보시더니 아련한 눈빛으로 "이게 바로 내 청춘이 저 먼 사우디아라비아 사막에 묻혀있을 때 가져온 유일한 기념품이란다"라며 깊은 회상에 잠기셨습니다. 지금의 2030 세대에게 '중동'이라고 하면 화려한 두바이나 카타르 월드컵을 떠올리겠지만, 저희 아버지 세대인 시니어 층에게 중동은 섭씨 50도가 넘는 모래바람 속에서 목숨을 걸고 가족과 나라를 살려낸 치열한 전쟁터였습니다. 1970년대, 대한민국 경제의 명운을 바꾸어 놓았던 '중동 건설 붐'과 그 시절 우리 아버님들을 사막으로 달리.. 2026. 6. 21.
1950년대 한국전쟁과 분단의 비극, 우리 부모님이 겪어낸 눈물겨운 생존의 역사 삼 년 한 달 이틀. 그 전쟁이 이어진 기간입니다.그리고 그 뒤로 십 년이 더 있었습니다. 지금 예순, 일흔이 되신 분들의 부모님이 그 십 년을 살아 내셨습니다. 오늘은 그 시절을 숫자로 짚어 보려 합니다.얼마나 죽었나가장 먼저 봐야 할 숫자입니다. 다만 기관마다 집계가 다르니 출처를 함께 적겠습니다.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가 낸 『통계로 본 6·25전쟁』 기준입니다.구분계전사·사망부상실종포로총계776,360178,569555,02228,61114,158국군621,479137,899450,74224,4958,343유엔군151,12937,902103,4603,9505,817미국133,99633,68692,1343,7374,439국군 사망 십삼만 칠천여 명. 여기에 경찰이 전사 3,131명, 실종 7,084명,.. 2026. 6. 19.
2002 월드컵과 뜨거운 거리 응원: 시니어 세대가 기억하는 '붉은 광장'의 기적 평소 유교적인 가치관으로 무장하시고 눈빛 한 번으로 오남매를 벌벌 떨게 만들던 엄격했던 저희 아버지. 그런 아버지가 생전 처음 보는 젊은이들과 어깨동무를 하고, 목이 터져라 "대~한민국!"을 외치며 아이처럼 껑충껑충 뛰시던 모습을 저는 아직도 선명히 기억합니다. 2002년의 여름은 그렇게 완고하던 아버지의 벽을 허물고, 온 나라를 하나의 축제로 묶어준 마법 같은 시간이었습니다.2002년 여름, 대한민국의 온 거리는 거대한 붉은 물결로 가득 찼습니다.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던 '4강 신화'의 기적 뒤에는, 전국 방방곡곡의 광장과 거리를 가득 메운 수백만 명의 '붉은 악마'들이 있었습니다. 특히 이 시기는 당시 사회의 중추이자 지금은 시니어 세대가 된 이들에게 평생 잊지 못할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2026. 6.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