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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

온 세상이 스마트폰을 들고 뛰던 그 여름, 포켓몬 GO 열풍 (2016년 7월 6일)

by 인생의 쉼표 2026. 7. 6.

2016년 여름, 서울에서 속초 가는 고속버스 표가 매진됐습니다. 피서철이라서가 아니었습니다.

전국에서 우리나라 안에 딱 한 곳, 속초에서만 게임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2016년 7월 6일, 세 나라에서만

포켓몬 GO는 2016년 7월 6일 미국·호주·뉴질랜드 세 나라에서만 먼저 나왔습니다. 만든 곳은 미국 나이앤틱이고, 구글에서 갈라져 나온 회사입니다.

기록이 무섭게 세워졌습니다. 세계기네스가 그해 팔월에 다섯 개 부문 세계기록을 인정했습니다.

기록수치

출시 첫 달 매출 2억 650만 달러
출시 첫 달 다운로드 1억 3,000만 회
동시에 다운로드 1위를 한 나라 70개국
동시에 매출 1위를 한 나라 55개국
1억 달러 매출까지 걸린 시간 20일

그해 9월 7일에 누적 5억 회 다운로드를 넘었고, 2019년에는 10억 회를 넘었습니다.

닌텐도 주식이 두 배가 됐다가

주식시장 이야기도 재미있습니다.

출시 후 7거래일 만에 닌텐도 주가가 120퍼센트 넘게 올랐습니다. 시가총액이 약 4.5조 엔이 되어 소니와 캐논, 파나소닉, 도시바를 넘어섰습니다.

그런데 7월 25일 닌텐도가 공시를 냅니다. 포켓몬 GO가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닌텐도는 이 게임을 직접 만들지 않았고, 포켓몬 회사 지분 삼분의 일 정도를 가진 간접적 관계였기 때문입니다.

그날 주가가 하루 만에 17~18퍼센트 급락했습니다.

그리고 속초

이제 우리 이야기입니다.

한국은 서비스 지역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2016년 7월 12일, 강원도 속초에서 게임이 된다는 글이 게임 커뮤니티에 올라왔습니다. 인접한 고성에서도 됐습니다.

속초는 곧 포켓몬 GO의 성지가 됐습니다. 커뮤니티에서는 태초마을이라 불렀습니다.

왜 속초만 됐을까요. 당시 언론이 분석한 원인은 이렇습니다.

나이앤틱은 구글 지도를 바탕으로 전 세계를 구획으로 나눴는데, 구글 지도가 속초 이북 지역을 한국 구획에서 빼놓았다는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속초 북쪽이 한국 서비스 제한 구역 밖에 놓인 셈이 됐습니다. 울릉도와 독도도 같은 이유로 됐다고 알려졌습니다.

다만 이건 나이앤틱이나 구글이 공식 확인한 내용은 아닙니다. 당시 가장 널리 받아들여진 분석입니다.

배경에는 지도 반출 문제가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안보를 이유로 정밀 지도를 국외로 내보내는 것을 제한합니다. 구글이 2007년과 2016년 신청했지만 불허됐습니다. 2016년 11월 18일 국토교통부 협의체는 남북 대치 상황에서 안보 위협이 커진다는 이유로 반출을 불허했습니다.

버스표가 매진됐습니다

그 며칠 동안 속초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날짜일

2016년 7월 12일 속초에서 접속된다는 사실 확산
7월 13일 아침 서울발 속초행 고속버스 매진
7월 17일 속초시, '포켓몬 사령부' 설치

여행사들이 포켓몬 잡기 투어 상품을 내놨고 숙박시설도 거의 찼습니다.

속초시의 대응이 인상적입니다. 무료 와이파이존 지도를 만들어 배포하고, 시청과 주민센터, 자생식물원, 족욕공원, 시립박물관, 해수욕장 등 130개소에 스마트폰 무료 충전 서비스를 마련했습니다.

서울에서 속초 가는 고속버스는 하루 36회에서 72회로 두 배가 됐습니다. 강원도 안에서 속초, 양양 등 다섯 개 자치단체가 이 게임을 마케팅에 활용했습니다.

당시 속초시장은 예년 피서철 방문객이 오백칠십만 명 정도인데 이백만에서 삼백만 명이 더 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이것은 예상이었고, 실제로 얼마나 늘었는지 집계는 찾지 못했습니다.

정식 출시는 반년 뒤

한국 정식 출시는 2017년 1월 24일이었습니다. 속초 대란으로부터 반년 뒤입니다.

지도 문제는 구글 지도 대신 오픈스트리트맵 등 다른 지도 데이터를 써서 우회했습니다. 나이앤틱 관계자는 기자간담회에서 지도에 대해서는 자세히 말할 수 없다며 한국 지역 특징을 고려해 데이터를 준비했다고만 답했습니다.

출시 첫 주 이용자는 안드로이드 기준 698만 명이었습니다(와이즈앱 집계). 아이폰까지 넣으면 칠백만 명이 넘었을 것으로 봅니다.

일 년 뒤, 남은 사람은 사오십 대였습니다

이 글에서 제일 재미있는 대목입니다.

일 년 뒤인 2017년 7월 첫째 주, 이 게임을 실행한 사람은 53만 명이었습니다. 첫 주의 십분의 일 이하로 줄어든 겁니다.

그런데 누가 남았느냐가 흥미롭습니다.

시점가장 많은 연령대

2017년 1월 (첫 주) 10대 35%, 20대 31%
2017년 7월 (1년 뒤) 40대가 30%로 최다

20대 이용자는 절반으로 줄었는데 50대 이상은 오히려 늘었습니다.

당시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젊은 세대는 더 자극적인 것을 찾아 떠났지만, 사오십 대에게는 이 게임이 쉽고 익숙한 데다 팍팍한 일상에서 작은 성취감을 준다는 것이었습니다.

일본도 비슷했습니다. 이용자의 절반이 사십 대였고, 마이니치신문은 운동 부족을 해소하려는 고령층이 이 게임을 외출 친구로 쓰면서 조용한 붐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걸어야 하는 게임

왜 그랬을까요. 게임 구조 때문입니다.

이 게임은 실제로 걸어야 합니다. 몬스터볼을 얻으려면 현실의 특정 장소까지 가야 하고, 알을 부화시키려면 실제로 2~5킬로미터를 걸어야 합니다. 차를 타면 인정되지 않습니다.

나이앤틱은 스마트폰이 사람 사이를 끊고 현실에서 멀어지게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이렇게 설계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도 포켓몬고 다이어트니 포켓몬고 데이트니 하는 말이 생겼습니다. 부부가 함께 걸으며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늘도 있었습니다

사고도 있었습니다.

미국 퍼듀대학교 연구진이 인디애나주 한 카운티의 사고 기록 만 이천 건을 분석했더니, 게임 거점 100미터 이내 교차로에서 사고가 26.5퍼센트 늘었습니다. 출시 후 148일간 그 카운티에서만 사고 134건, 사망 2명, 부상 31명이었습니다.

일본에서는 출시 나흘 만에 운전 중 게임으로 인한 교통사고가 36건 났습니다.

연구진이 이를 미국 전체로 추정한 수치도 있는데, 이건 통계적 외삽이라 여기 적지 않겠습니다.

그 여름을 기억하시나요

2016년 여름, 우리나라 사람들이 속초로 몰려갔습니다. 스마트폰을 들고 바닷가를 걸어 다녔습니다.

지금 보면 우스운 이야기 같지만, 그해 여름 속초는 정말 그랬습니다. 그리고 일 년이 지나고 보니 그 게임을 끝까지 붙들고 있던 사람은 십 대가 아니라 사오십 대였습니다.

지금 예순, 일흔이 되신 분들 가운데 그때 손주 따라 해 보신 분이 계실 겁니다. 아니면 자녀가 속초 간다고 했을 때 무슨 소리인가 하셨을 수도 있고요.

걸어야 하는 게임이었다는 것. 그래서 오래 남은 사람들이 오히려 나이 든 쪽이었다는 것. 그 대목이 이 이야기에서 제일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출처 및 참고
· 출시일(2016년 7월 6일)과 개발사, 기네스 5개 세계기록, 누적 다운로드 5억 회(2016년 9월)·10억 회(2019년): 세계기네스 공식 발표, 주식회사 포켓몬 공식 보도자료
· 닌텐도 주가 120퍼센트 상승과 7월 25일 급락, 닌텐도의 공시 내용: 닌텐도 공시 및 당시 국제 언론 보도
· 속초 접속 확산(2016년 7월 12일), 고속버스 매진, 여행사 투어 상품: 경향신문·머니투데이 2016년 7월 보도
· 속초에서만 되던 원인 분석: 머니투데이 2016년 7월 14일 보도. 나이앤틱·구글의 공식 확인은 없었습니다
· 구글 지도 반출 불허(2016년 11월 18일): 국토교통부 지도 국외반출 협의체 발표
· 속초시 포켓몬 사령부와 130개소 충전 서비스, 고속버스 36회에서 72회 증편, 강원도 5개 자치단체 마케팅: 속초시 자료 및 언론 보도
· 한국 정식 출시(2017년 1월 24일), 첫 주 698만 명, 1년 뒤 53만 명, 연령대 변화: 와이즈앱 집계 및 한국일보 2017년 7월 13일 보도
· 걷기 기반 설계와 나이앤틱의 설명, 국내 파생 현상: 언론 보도
· 사고 통계: 미국 퍼듀대학교 연구 및 관련 보도
확인하지 못한 것 — 속초 관광객 증가는 시장의 예상 발언만 있고 실제 집계는 찾지 못해 예상임을 밝혔습니다. 퍼듀대 연구의 미국 전체 추정치는 통계적 외삽이라 싣지 않았습니다. 출시 초기 전 세계 일일 활성 이용자 수는 조사기관마다 편차가 커 기네스 공인 수치만 실었습니다. 닌텐도 주가 하락률은 매체마다 17퍼센트대에서 18퍼센트로 갈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