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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

마녀사냥부터 고스트 아미까지, 세상을 속인 가짜 뉴스와 프로파간다의 역사

by 인생의 쉼표 2026. 6. 5.

얼마 전 저희 오남매 가족 단톡방이 발칵 뒤집히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막둥이가 어떤 유명 정치인의 황당한 발언이 담긴 숏폼 영상을 올렸는데, 넷째가 눈을 가늘게 뜨더니 *"이거 입 모양이 어색한데? 딱 봐도 AI 딥페이크잖아!"*라며 브레이크를 건 것이죠. 결국 가짜 뉴스로 판명 나며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정보의 최전선에 있다는 젊은 우리 남매들조차 감쪽같이 속아 넘어갈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습니다.

우리는 바야흐로 '정보 과잉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아침에 눈을 떠서 스마트폰을 켜는 순간부터 알고리즘이 배달해 주는 수많은 뉴스, 유튜브 영상, 소셜 미디어(SNS) 피드가 홍수처럼 쏟아집니다. 하지만 이 수많은 정보 중 과연 어디까지가 진짜이고 어디까지가 교묘하게 짜깁기된 거짓일까요?

최근 딥페이크 기술과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정보 조작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많은 사람이 "요즘 세상은 가짜 뉴스가 너무 판을 친다"며 디지털 기술이 인간의 정신을 황폐하게 만들고 있다고 한탄하곤 합니다.

[독수리 오남매의 현대사 여행] 마녀사냥부터 고스트 아미까지, 세상을 속인 가짜 뉴스와 프로파간다의 역사
[독수리 오남매의 현대사 여행] 마녀사냥부터 고스트 아미까지, 세상을 속인 가짜 뉴스와 프로파간다의 역사

하지만 과연 가짜 뉴스와 프로파간다(Propaganda, 특정 목적을 가지고 대중의 심리를 조종하는 선전 활동)는 현대 과학 기술이 낳은 괴물일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전혀 아닙니다. 인간은 활자가 발명되기 이전부터, 아니 언어를 사용하기 시작한 그 순간부터 필요에 따라 정교한 거짓말을 만들어왔습니다. 스마트폰도, 인터넷도 없던 시절, 인류는 어떻게 눈을 뜨고 코가 베이듯 정교한 선전에 속아 넘어갔을까요? 세계사의 물줄기를 바꾼 잔혹하고도 황당한 가짜 뉴스의 역사를 되짚어보며, "역사는 반복된다"는 강렬한 메시지의 실체를 파헤쳐 봅니다.

 

1. 근세 잔혹한 마녀사냥의 실체: 구텐베르크가 낳은 최초의 ‘사이버 렉카’

우리가 흔히 '마녀사냥'이라고 하면 중세 암흑시대의 종교적 광기만을 떠올리기 쉽습니다. 하지만 역사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본격적인 마녀사냥의 대유행은 중세가 아니라 오히려 인쇄술이 발달하고 이성이 싹트기 시작한 15세기 후반부터 17~18세기 초반에 이르는 '근세'에 절정을 이루었습니다. 어떻게 이런 모순적인 일이 가능했을까요? 그 중심에는 당대 최고의 혁신 기술이었던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 인쇄술이 있었습니다.

인쇄술의 발명은 인류에게 지식의 대중화라는 축복을 가져다주었지만, 동시에 '검증되지 않은 자극적 가짜 뉴스의 대량 생산'이라는 재앙의 문도 함께 열었습니다. 그 대표적인 촉매제가 바로 1487년 가톨릭 이단심문관 하인리히 크레머가 저술한 《마녀를 심판하는 망치(Malleus Maleficarum)》라는 책이었습니다.

 

[당시 베스트셀러 《마녀를 심판하는 망치》의 자극적인 내용]

●     마녀들은 악마와 계약을 맺고 하늘을 날아다닌다.

●     그들은 마을의 우물에 독을 풀고, 이웃집 가축을 병들게 한다.

●     마녀를 구별하는 방법: 송곳으로 찔러도 피가 나지 않는 부위가 있다.

지금 보면 헛웃음이 나오는 황당한 내용이지만, 당시 인쇄업자들에게 이 책은 황금 알을 낳는 거위였습니다. 대중들은 자극적이고 공포스러운 이야기에 열광했고, 책은 발간되기가 무섭게 불티나게 팔려나갔습니다. 유럽 전역의 인쇄소들은 돈을 벌기 위해 이 책을 경쟁적으로 찍어냈고, 민간에 떠도는 괴담을 짜깁기한 '가짜 마녀 뉴스' 브로슈어를 대량으로 유포하기 시작했습니다. 돈벌이를 위해 자극적인 의혹을 확산시키는 오늘날의 '사이버 렉카'나 조회수 사냥꾼(Clickbait)의 모습과 정확히 일치합니다.

 

이 가짜 뉴스가 진짜 무서웠던 이유는 당대의 시대적 배경인 '소빙하기로 인한 대기근'과 결합했기 때문입니다. 날씨가 갑자기 추워져 농사를 망치고 전염병이 돌자, 사람들은 분노를 쏟아낼 희생양이 절실히 필요했습니다. 인쇄물은 그 타이밍을 정확히 파고들어 *"이 모든 불행은 우리 곁에 숨어 있는 잔혹한 마녀들 때문"*이라는 가짜 뉴스를 확산시켰습니다.

 

결국 확증 편향에 빠진 대중은 이웃집 할머니, 평소 가깝게 지내던 무고한 여성을 마녀로 고발하기 시작했습니다. 재판관들은 인쇄물에 적힌 '황당한 감별법'을 토대로 끔찍한 고문을 가해 거짓 자백을 받아냈고, 수만 명의 목숨이 불길 속에서 사라졌습니다. 기술의 발전이 오히려 인간의 광기를 대량 생산하고 시스템화한, 역사상 가장 비극적인 가짜 뉴스의 사례입니다.

 

2. 제2차 세계대전의 고스트 아미: 적의 눈과 귀를 해킹한 ‘유령 부대’

시간을 조금 더 흘려보내 인류 역사상 가장 거대한 정보전이 펼쳐졌던 제2차 세계대전 시기로 가보겠습니다. 전쟁터에서 프로파간다는 총칼만큼이나 강력한 무기입니다. 적군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아군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유포되었던 정교한 거짓말들, 그 정점에는 미군의 비밀 부대였던 ‘고스트 아미(Ghost Army, 제23 본부 특별부대)’가 있었습니다.

1944년 노르망디 상륙작전 이후, 미군은 독일군을 속이기 위해 아주 특별한 부대를 조직했습니다. 이 부대의 구성원은 총을 잘 쏘는 군인이 아니었습니다. 예술학교 출신의 화가, 건축가, 음향 기술자, 배우, 광고 기획자 등 1,100여 명의 '창작자'들이 모인 유령 부대였습니다. 이들의 임무는 단 하나, "존재하지 않는 가짜 군대를 진짜처럼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고스트 아미가 수행한 정교한 기만 전술은 다음과 같은 3가지 차원으로 완벽하게 기획되었습니다.

●     시각적 조작 (Visual Deception): 이들은 압축 공기를 넣으면 부풀어 오르는 고무 풍선 형태의 가짜 탱크, 가짜 장갑차, 가짜 전투기 수백 대를 제작했습니다. 멀리서 망원경이나 정찰 비행기로 보면 영락없는 대규모 기갑 부대였습니다. 화가들은 이 가짜 탱크에 정교하게 진흙을 칠하고 바퀴 자국까지 인위적으로 만들어 완벽한 착시를 유도했습니다.

●      청각적 조작 (Audio Deception): 음향 엔지니어들은 대형 스피커를 장착한 차량을 몰고 밤마다 전선 주위를 돌았습니다. 그리고 사전에 녹음해 둔 '수십 대의 탱크가 이동하는 소리', '군인들이 진지를 구축하며 삽질하는 소리'를 수 킬로미터 밖까지 울려 퍼지게 했습니다. 독일군 정보부는 이 소리를 듣고 미군의 대규모 부대가 이동 중이라고 오판했습니다.

●      통신 및 심리 조작 (Radio/Social Deception): 무전사들은 의도적으로 가짜 무전 신호를 흘렸습니다. 독일군이 도청할 것을 알고 일부러 가짜 작전 내용을 평문이나 쉬운 암호로 송출한 것입니다. 심지어 부대원들은 프랑스 현지 마을의 주점에 들어가 군복 패치를 달고 *"우리 부대가 곧 대규모 공격을 감행할 것"*이라며 소문을 퍼뜨리는 '배우' 역할까지 완벽하게 수행했습니다.

 

독일군은 이 정교한 가짜 정보에 완전히 낚였습니다. 미군의 주력 부대가 엉뚱한 곳에 있다고 믿고 방어선을 잘못 구축한 것입니다. 고스트 아미의 대담하고도 황당한 거짓말 덕분에 실제 미군 주력 부대는 피해를 최소화하며 진격할 수 있었고, 역사학자들은 이 유령 부대가 최소 1만 명 이상의 연합군 목숨을 구했다고 평가합니다.

 

눈에 보이는 탱크도, 귀에 들리는 엔진 소리도, 가로채 들은 무전 내용도 모두 '가짜'였던 이 사건은, 정보 조작이 얼마나 정교한 예술의 영역에 도달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강력한 증거입니다.

 

3. 타임라인으로 보는 정보 조작의 역사: 기술은 변해도 인간은 변하지 않는다.

마녀사냥의 인쇄물부터 세계대전의 유령 부대까지, 가짜 뉴스의 역사를 한눈에 보기 쉽게 타임라인으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각 시대별로 기술의 형태는 달랐지만, 대중의 심리를 파고드는 메커니즘은 소름 돋을 정도로 동일합니다.

시대 (연도) 주요 사건 정보 조작의 형태 및 메커니즘
15~18세기

(1487년~)
인쇄술과 마녀 괴담의 결합 구텐베르크의 인쇄술 발명 이후 《마녀를 심판하는 망치》 출간. 자극적인 괴담이 인쇄업자들의 상업적 목적(조회수 생태계)과 결합하여 대량 유포되어 광풍을 유도함.
20세기 초

(1914년~)
제1차 세계대전과 국가 주도 선전 참전국들이 정부 직속 '선전 부서'를 설립. 적군이 아기들을 잔인하게 학살했다는 식의 위조 사진과 가짜 뉴스를 신문에 배포하여 적개심을 고취하고 자원입대를 독려함.
20세기 중반

(1944년)
제2차 세계대전 '고스트 아미' 미군의 제23 본부 특별부대가 고무 풍선 탱크, 음향 녹음, 가짜 무전을 동원하여 독일군 정보부를 완벽하게 기만. 아날로그 기술로 연출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가짜 뉴스를 완성함.
21세기 현대

(현재)
AI, 딥페이크, 그리고 알고리즘 인터넷과 SNS의 발달로 정보 유통 속도가 광속으로 빨라짐. 이제는 AI 기술을 활용해 진짜 같은 목소리와 얼굴을 만들어내는 '딥페이크' 가짜 뉴스가 선거와 국제 정세를 흔드는 프로파간다로 진화함.

 

♤ 결론: 역사가 우리에게 던지는 강렬한 메시지

역사를 돌이켜보면 한 가지 명확한 진리를 깨닫게 됩니다. 가짜 뉴스가 힘을 얻는 것은 기술이 너무 뛰어나서가 아니라, 인간의 마음에 존재하는 '취약한 틈새' 때문이라는 점입니다.

 

18세기 유럽인들은 대기근과 질병에 대한 공포 때문에 마녀라는 눈앞의 가짜 악마를 믿고 싶어 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의 독일군은 자신들의 정찰 시스템과 도청 능력을 과도하게 신뢰했기에 미군의 정교한 기만 전술에 허무하게 걸려들었습니다.

 

현대의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들으려는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을 가지고 있습니다. 내 생각과 일치하는 유튜브 영상을 보면 사실 확인을 거치지 않고 좋아요를 누르고 공유하곤 하죠. 과거 마녀사냥의 책을 사 모으던 대중의 심리와 지금 우리의 클릭 한 번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습니다.

 

"역사는 반복된다"는 말은 단순히 과거의 사건이 똑같이 일어난다는 뜻이 아닙니다. 인간의 나약한 본성이 변하지 않기에, 그 본성을 노리는 거짓말의 메커니즘도 변함없이 반복된다는 뜻입니다.

정보 과잉의 시대를 살아가는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화려한 최첨단 디지털 기기가 아닙니다. 쏟아지는 정보 앞에서 한 걸음 물러나 "이 정보는 누구에게 이익을 주는가?", *"내가 믿고 싶어서 사실로 받아들이는 것은 아닌가?"*라고 끊임없이 질문하는 비판적 사고, 즉 '미디어 리터러시(Media Literacy)'입니다. 역사라는 거울을 통해 오늘의 뉴스를 필터링하는 지혜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때입니다.

 

여러분은 최근 SNS나 단톡방에서 진짜 같았던 가짜 뉴스나 조작된 영상에 속아 본 경험이 있으신가요? 여러분만의 구별법이 있다면 댓글로 자유롭게 나누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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